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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 외치는 배재고 선수들. 유튜브 '강릉 야구 TV' 캡처 |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 대상은 배재고 야구부에 대한 징계 조치였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배재고 야구팀에 전국대회 출전정지 6개월의 징계를 의결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번 징계에 따라 배재고는 주요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6월 27일~7월 11일), 제60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7월 18일~30일),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8월 6일~29일), 제107회 전국체육대회(10월 16일~22일) 등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으며, 향후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 출전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결정은 사안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내린 강력한 조치다. 재발 방지를 위한 고심 끝에 내린 결단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반응과 태도는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기보다 정치적 개입과 압박으로 비쳐졌다. 사안의 엄중함을 정쟁과 당리당략의 소재로 소비하는 모습일 뿐이다.
국민의힘의 한 최고위원은 "5·18 민주화운동을 정치권이 조금 지나치게 성역화하면 오히려 반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역화 때문에 배재고 응원가 논란이 발생했다는 것인가.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주객이 전도된 발언이다.
또 다른 최고위원은 "한 유튜브 진행자가 '2030 청년을 탱크로 밀어버려야 한다'고 발언하고도 사과 한 번 하고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5·18 민주화운동 비하와 조롱이라는 이번 사안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결국 배재고 응원가 논란을 20·30세대의 표심을 겨냥한 정략적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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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생학부모교사인권보호연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배재고 학생들에 대한 근조화환 테러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6.7.3 (사진=연합뉴스) |
개혁신당 대표는 "일그러진 모습들을 보며 자란 배재고 학생들에게만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다면 그것 또한 정의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제시한 논거들 역시 아전인수식으로 책임을 돌리며 배재고 사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결국 20·30세대의 표심을 겨냥하는 정치적 행태에 불과하다.
정작 '일그러진 모습'이란 무엇인가. 일베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혐오와 차별의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막거나 제재하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해야 한다. 이러한 발언들이 과연 선의의 20·30세대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대다수 20·30세대를 정치적 계산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한 무소속 의원은 "스타벅스도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았다"며 배재고 야구팀에 대한 징계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얼핏 맞는 말처럼 들린다. 스타벅스가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재고에 대한 조치가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문제는 그 반대다. 스타벅스 역시 당시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했다면 영업정지나 휴업 등 더 강력한 사회적 책임이 뒤따랐어야 했다.
그러한 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조롱과 지역 비하가 별일 아닌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사회가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면 사람들은 차별과 혐오를 점점 둔감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번 응원가도 그런 사회적 무감각 속에서 나온 셈이다. 이러한 행위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차별과 혐오의 문제는 앞으로도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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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규연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 교장이 전국 고교야구대회 도중 발생한 상대팀 배재고등학교의 응원 구호 논란과 관련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30일 서울 송파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방문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은 지난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주일고와 경기 중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
교육은 공동체의 책임을 배우는 과정
교육은 흔히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백년을 내다보고 계획해야 하는 일이 교육이라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지금의 교육이 앞으로 백 년 동안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구나 잘한 일에는 상을, 잘못한 일에는 벌을 주는 신상필벌의 원칙 역시 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영향과 파급효과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벌백계(一罰百戒)의 의미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한 사람을 벌해 백 사람을 경계한다는 원칙은 다른 이들에게 분명한 본보기가 될 때 교육은 물론 건강한 사회의 질서도 바로 설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선수들이 응원가를 불렀는데 팀 전체가 출전하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거나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구는 대표적인 단체 스포츠다. 야구팀을 운영하는 이유 또한 단체 활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과 사회성을 배우게 하는 교육적 목적이 크다. 따라서 개별 구성원의 잘못에 대해 일정 부분 연대책임을 지는 것 역시 교육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른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이를 예방하거나 제지하려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바로잡는 힘 역시 교육이 길러야 할 중요한 가치다.
대학 입학이나 프로구단 지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야구계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영역이다. 진정 뛰어난 선수라면 이미 실력과 인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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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광주제일고와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구호는 지난 달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텀블러 할인 이벤트를 하며 '5·18 탱크데이'라고 홍보했던 사건을 연상케 해 공분을 샀다. 2026.7.1 (사진=연합뉴스) |
일벌백계가 필요한 이유
배재고 응원가 사태는 집단적 폭행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폭력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말과 행동으로 차별과 조롱, 혐오를 표현하는 것 역시 폭력이다. 이번 사안은 학교와 학교가 만나는 경기장에서 집단적으로 이뤄진 폭력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이러한 맥락을 놓친다면 같은 일은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을 겪고도 진학이나 사회 진출 과정에서 아무런 교육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교육적 가치는 훼손될 것이고, 결국 유사한 사태는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잘못된 행위가 반복되는 환경을 사회가 스스로 만드는 셈이다.
이 같은 강력한 조치의 선례가 있어야 학교 역시 역사교육과 인권 감수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이게 된다. 학생들에게 공동체의 책임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5·18 민주화운동은 쿠데타 세력이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인류 전체가 분노해야 할 참혹한 비극이다. '5·18 탱크데이' 마케팅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합리화하거나 희생자를 조롱하는 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해외 여러 나라처럼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사례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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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재고와 광주일고의 경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
해외는 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가
독일은 형법 제86a조를 통해 나치 이데올로기를 찬양하거나 나치 상징을 사용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규정의 적용에 있어 성인과 청소년을 구분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고등학생들이 스포츠 경기나 파티에서 나치 문양을 사용하거나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을 경우 정학이나 퇴학 처분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번 논란의 학생들은 형사처벌을 받거나 학교 차원의 정학·퇴학 처분을 받은 것은 아니다.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정학이나 퇴학은 학생 개인의 인생과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제재다.
반면 이번 징계는 경기장에서 발생한 행위에 대해 경기 출전을 제한한 조치다. 경기장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경기 출전이라는 방식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일벌백계와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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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벅스코리아는 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2주일 동안 충전 금액 사용 비율 조건과 관계없이 고객이 요청할 경우 한시적으로 환불을 지원하겠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 2026.6.1 (사진=연합뉴스) |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에 이어 고교 응원전에서의 5·18 조롱, 여기에 정치권의 분별없는 옹호와 책임 전가까지 이어지는 현실이라면 앞으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모욕과 조롱은 어른과 아이를 막론하고 더욱 강한 법적·사회적 규제를 요구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체계적인 의무교육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근본적으로는 차별과 혐오, 폄훼와 왜곡의 담론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온라인 플랫폼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혐오를 놀이처럼 소비하고 조롱을 콘텐츠처럼 유통하는 구조가 계속되는 한 비슷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징계의 수위를 둘러싼 정쟁이 아니다.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거나 청년 세대의 표심을 계산하는 것도 아니다. 차별과 혐오를 방치하는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역사교육과 인권교육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배재고 응원가 논란은 단순한 응원 문화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5·18 민주화운동을 어떻게 기억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어떻게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정치권이 이 사안을 정쟁의 소재로 소비하는 순간, 교육은 길을 잃고 사회는 또 하나의 혐오를 학습하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계산이 아니라 교육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잘못된 행위에는 분명한 책임을 묻고, 이를 공동체 전체의 교훈으로 삼는 일벌백계의 원칙이야말로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책임 있는 교육이자 민주사회의 기본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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