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없는 용서의 위험...6·3 지방선거 D-1, 우리는 무엇을 용서하는가 [김헌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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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2 21:00:27
김헌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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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과 '오늘',두 편의 영화가 선거를 앞둔 우리에게 묻는 것
- 민주주의는 용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최종 판단은 유권자의 몫
▲ 6ㆍ3 지방선거 (제공=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문득 두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과 이정향 감독의 '오늘'(2011)이다.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는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용서는 누가 하는 것인가." 그리고 더 나아가 묻는다. "속죄 없는 용서는 가능한가."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우리는 비슷한 장면들을 목격했다. 각종 논란과 의혹에 휩싸인 후보들이 등장했고, 일부는 스스로를 용서한 듯 행동했으며, 일부는 충분한 설명과 속죄 없이 다시 유권자의 선택을 요구했다. 그러나 용서와 선택은 다른 문제다. 용서는 피해자와 공동체의 몫이다. 유권자는 누군가를 용서해야 할 의무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속죄와 용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문제를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살펴볼 작품은 속죄와 용서의 본질에 대해서 날카롭게 파고든 작품인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이다. 제6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자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전체적인 줄거리를 보면 다음과 같다.


▲ 영화 '밀양' 중


남편을 사고로 잃고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온 이신애(전도연)는 사망보험금으로 집을 구하고 피아노 학원을 연다. 이신애는 지역 사회에 어느새 서울에서 온 돈 많은 과부로 소문이 난다. 어느 날 자신의 아들이 납치되고 납치범은 돈을 요구한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범인의 요구대로 돈을 주기로 한다. 범인이 지정한 장소에 돈을 갖다 놓는다. 범인은 돈을 확인하고 당황해한다. 870만 원. 납치범에게는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였다. 하지만 이신애는 가진 돈 전부라고 말한다. 사실 서울에서 온 돈 많은 애 엄마라는 말은 헛소문이었다.

이신애의 절박한 바람에도 아들은 다음날 변사체로 발견된다. 경찰이 포위망을 좁혀 범인을 체포하기에 이른다. 범인은 다름 아닌 웅변학원 원장 박도섭이었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신애. 아들을 잃은 뒤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빠진 그녀에게 자주 가는 약국의 약사이자 김집사는 교회에 나오길 권한다. 옥죄는 고통을 견딜 수 없었던 이신애는 교회에 나가보기로 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주님을 구원자로 받아들이자 옥죄던 고통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러자 이신애는 더욱 열심히 교회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자신의 아들을 납치·살해한 박도섭을 용서해주기로 한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전하겠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격려한다.

어려운 결심을 하고 교도소를 방문하는데 면회실에서 생각지 못한 광경이 펼쳐진다. 이신애가 준비한 하나님과 용서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데 오히려 가해자 박도섭이 먼저 말한다.

"나는 이미 하나님께 용서를 받아 마음이 편안하다."

그의 말을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하나님한테 회개하고 용서받으니 이래 편합니다, 내 마음이."

"요새는 기도로 눈 뜨고 기도로 눈 감습니다. 준이 어머니를 위해서도 항상 기도합니다. 죽을 때까지 할 겁니다."

"그런데 인자 이래 직접 만나고 보니 하나님이 역시 제 기도를 들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유괴범이자 살인자가 피해자의 용서 이전에 스스로 용서받았다고 말하고, 오히려 피해자 엄마를 위로하고 긍휼히 여기는 듯한 편안한 모습에 이신애는 경악한다.

그리고 하늘에 항변한다.

"어떻게 용서를 해요? 용서하고 싶어도 난 할 수가 없어요. 그 인간은 이미 용서를 받았다는데…. 그래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는데….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그 인간을 먼저 용서할 수 있어요?"

사실 이신애는 교회에 나가면서 아들을 잃은 고통을 극복한 것으로 믿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이다. 그 뒤로 이신애는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 영화 '오늘' 중


두 번째로 살펴볼 영화는 송혜교 주연, 이정향 감독의 '오늘'(2011)이다. 이 작품은 용서에 관해 더욱 집요하게 묻는다. 특히 섣부른 용서가 낳는 파국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방송국 PD인 다혜(송혜교)는 8년간 사귄 약혼자 상우를 생일 전날 사고로 잃는다. 그러나 다혜는 범인을 용서하기로 한다. 사고를 낸 오토바이 운전자가 17세의 미성년자였기 때문이다. 가해자를 위해 용서해 달라는 탄원서도 제출한다. 앞으로 잘 지도하겠다는 부모의 말을 믿었고, 그의 미래를 염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 그 소년은 소년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과정은 용서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게 되면서 시작된다.

지민(남지현)은 다혜의 약혼자 상우의 친구 지석(송창의)의 여동생이다. 지민 역시 용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기에 다혜를 따르며 용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고자 한다. 지민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려 왔다. 아버지를 용서하고 싶지만 쉽지 않았다.

그런데 두 사람은 같은 피해자 유가족의 이야기를 듣고도 전혀 다른 해석을 한다.

 

첫 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아내를 잃은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범인을 향한 증오와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고백한다. "처음에는 매일같이 범인을 찢어 죽이는 상상을 했다." 그러나 한 신부의 말이 그의 생각을 바꾸었다. 신부는 "증오는 내가 독약을 먹고 상대방이 죽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자신을 위해서라도 용서를 선택하기로 했다.

그는 살인범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고 면회를 신청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가해자는 만남을 거절했다. "본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는 이유였다. 다혜는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 앞에 설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지민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그것이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무관심일 수 있다고 본다. 가해자는 이미 자신의 삶으로 돌아갔고,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혜는 그 말을 그대로 믿는다. 그러나 지민은 다르게 본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다혜는 자신이 용서했던 소년이 과거 부모를 칼로 찌른 적이 있었고, 상우 사고 이후에는 친구까지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혜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만약 내가 용서하지 않았다면. 만약 내가 그를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는 데 힘을 보태지 않았다면. 또 다른 피해자는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영화 후반부에서 다혜는 카메라 앞에 자신을 세운다. 그리고 말한다.

"네 자신을 사랑해라. 그러면 네가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사랑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죄를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을까.

한 피해자는 인터뷰 도중 다혜에게 묻는다.

"징역 살고 나오면 사람 죽인 것도 없던 게 됩니까? 죄책감도 씻은 듯 사라지는 겁니까?"

스스로 밀양의 가해자처럼 이미 구원받은 듯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용서일 수는 없을 것이다. 누가,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용서하고 포용할 수 있을까.


▲ 6ㆍ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26. 1.20 기준) (PG) (제공=연합뉴스)


이러한 점은 이번 전국 동시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수많은 논란들을 떠올리게 한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용서하는 것일까. 누군가 스스로를 용서했다고 해서 정말 용서가 완성되는 것일까.

속죄 없는 용서는 때로 또 다른 상처와 부작용을 낳는다. '밀양'의 이신애가 그랬고, '오늘'의 다혜가 그랬다.

아무도 그들을 용서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이미 용서받은 듯 행동한다. 충분한 반성과 속죄가 있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은데 다시 선택을 요구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최종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는 용서를 강요받을 이유가 없다. 유권자는 단지 판단하면 된다.

그리고 그 판단의 결과는 6월 3일 투표함 속에 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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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댓글 >

댓글 1

  • 밤바다님 2026-06-02 23:13:25
    온갖 비위를 저지르며 죄를 지은 자들이 뉘우치기는커녕 뻔뻔스럽게 국민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표를 구걸하는데
    우리 현명한 대한국민 유권자들이 반드시 표로 심판하고 법으로 단죄하여 엄벌에 처해야합니다
    김헌식 박사님의 격공감 칼럼 많은 생각과 함께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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