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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쌀쌀한 날씨를 보인 29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수문장 근무자들이 마스크와 함께 방한모 '휘항'을 착용한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2020.11.29 (사진=연합뉴스) |
관공서는 누구의 공간인가. 공무원이 안전하게 일할 공간인가, 아니면 시민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행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인가.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청사 출입을 통제하는 스피드게이트를 철거하고 있다. 이를 두고 공무원 보호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스피드게이트는 과연 공무원 보호를 위한 필수 시설일까. 아니면 시민을 잠재적 위험 요소로 바라보는 폐쇄적 행정의 상징일까.
사극이나 드라마를 보면 조선시대 관아의 동헌 입구에는 문지기, 즉 수문장이 서 있었다. 이들은 관아를 드나드는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통제가 강할수록 관아는 일반 백성들에게 더욱 위압적인 공간이 되었고, 억울한 일을 호소하거나 민원을 제기하기도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결국 수문장은 권위주의적 관치행정의 상징이었다.
오늘날 이러한 수문장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스피드게이트다. 사원증이나 출입증, 지문이나 홍채 인식 등을 통해 출입을 통제하는 장치다. 민간 기업이라면 보안상 필요한 시설일 수 있다. 그러나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방자치단체 청사에까지 이러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과연 당연한 일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22년 12월 전주시는 약 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스피드게이트를 설치했다. 명분은 청사 방호와 직원 보호였다. 하지만 당시 직원 상당수는 본청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사실상 시장 집무 공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를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정이라고 비판하며 전주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2023년 3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민선 9기 조지훈 시장은 공약대로 스피드게이트를 철거하고 시민소통실을 설치했다.
이러한 변화는 전주만의 일이 아니다.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2020년 약 2억 3천만 원을 들여 설치했던 스피드게이트를 민선 9기 이원택 도지사 취임 이후 철거했다. 그는 "도민 편의 증진과 열린 도정 구현"을 위해 청사를 전면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도교육청도 같은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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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부시청 스피드게이트의 모습. 시는 스피드게이트 뿐만 아니라 전자기식 게이트를 청사 내부에 총 30여대 설치해 청사보안과 민원인의 안전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의정부시청) |
경기 의정부시는 2022년부터 스피드게이트 운영을 중단했다. 전국 최초로 스피드게이트를 설치했던 지자체가 오히려 가장 먼저 운영을 중단한 것이다. 성남시도 철거했고, 경기도교육청 역시 지하 3층부터 지상 1층까지 설치돼 있던 17개의 스피드게이트를 모두 철거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이제 교육청은 누구나 편하게 출입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며 "닫힌 교육청보다 개방형 교육청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교육을 위한 공간인 만큼 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물론 이러한 결정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악성 민원인의 출입, 시민단체의 난입, 공무원 보호 등을 이유로 든다. 출입 통제가 없으면 업무 효율도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악성 민원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범법행위를 한다면 현행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극소수의 사례를 이유로 모든 시민을 잠재적 위험 대상으로 취급하고 청사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
시민단체가 청사에 찾아오는 일 역시 행정이 충분한 소통과 절차를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출입을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이 시민과 더 많이 대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공무원 보호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것은 공무원 조직의 편의보다 시민의 권익 보호와 열린 행정이다. 어떤 제도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민주주의의 원칙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스피드게이트를 철거하며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렵지만 해야 하는 것이 참된 용기"라고 말했다. 이 말은 지방행정이 어떤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려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원칙은 극소수의 위험보다 앞서야 한다. 이미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스피드게이트를 철거한 뒤에도 행정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이제 관공서는 시민을 통제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과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이어야 한다. 조선시대의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관치행정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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