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다고 진보적인가…세대만 앞세운 인사 정책 경계해야 [김헌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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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3 19:00:43
김헌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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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꼰대’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의식과 태도
▲ 꼰대의 정의 (출처=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가리켜 ‘꼰대’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영문 위키백과에도 ‘Kkondae’라는 표제어가 등재돼 있다. 꼰대는 일반적으로 낡은 사고방식과 권위주의적 태도를 보이며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뜻한다.

‘꼰대’의 어원을 두고는 여러 설이 있다. 프랑스어로 백작을 뜻하는 ‘콩트(comte)’가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는 주장도 있으나, 명확하게 확인된 정설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날 꼰대라는 말이 단순히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이 아니라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말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면 인지 기능이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질 E. 지냑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전반적인 정신 기능은 55세에서 60세 사이에 정점을 이룬다고 한다.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 새로운 정보나 사실을 받아들이기보다 기존의 경험과 인식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는 평균적인 경향을 보여줄 뿐, 나이가 들면 누구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사람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젊다고 해서 사고가 항상 유연하고 합리적인 것도 아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자신의 경험과 판단만 옳다고 믿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젊은 꼰대’가 존재한다. 이른바 ‘젊꼰’이다.

젊은 꼰대는 상사를 향해서는 권위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경력이 짧은 사람에게는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판단은 기성세대와 다르다며 합리화하지만, 실제 행동은 자신이 비판하던 꼰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젊은 세대가 권위적이고 고지식한 윗세대를 비판할 때 ‘로가이(老害·노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미국 등에서도 특정 이념과 행동 방식을 고집하며 다른 사람에게 훈수 두기를 좋아하는 젊은 층을 비판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 응답자의 84.6%는 ‘요즘 젊은 꼰대도 많다’고 답했다. 46.2%는 젊은 꼰대의 행태가 나이 많은 꼰대보다 더 심하다고 평가했다. (출처=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4.6%가 우리 사회에 ‘젊은 꼰대’가 많다고 답했다. 젊은 꼰대의 행태가 나이 많은 꼰대보다 더 심각하다는 응답도 46.2%에 달했다.

기성세대는 꼰대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려 하지만, 일부 젊은 꼰대는 자신이 꼰대일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경험과 능력은 부족한데 자존감과 인정 욕구만 앞서면 권위적인 태도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꼰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의식과 태도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정보와 관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젊어도 자신이 선호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콘텐츠에만 갇혀 제한된 정보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특히 확증편향과 선택적 정보 소비는 나이와 관계없이 사고를 경직시킨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브레인 롯(Brain rot)’을 선정했다. 자극적이고 하찮은 온라인 콘텐츠를 지나치게 소비하면서 정신적·지적 능력이 저하되는 상태를 뜻한다.

숏폼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세대 역시 이러한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탈권위적이고 합리적이며 개방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재검토해야 한다. 반대로 나이가 많아도 탈권위적이고 합리적이며 새로운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 자극적인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과도한 몰입은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사고의 폭을 좁힐 수 있다. 


진보성 역시 나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가치와 태도를 지녔는가이다. 나이가 있어도 진보적이고 사회적 의식이 분명한 사람들을 어떻게 핵심 지지층으로 단단하게 결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단지 젊다는 이유만으로 인물을 영입하거나 중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능력과 철학, 공공성에 대한 검증 없이 세대교체라는 명분만 앞세운다면 ‘젊은 꼰대’를 권력과 조직의 중심에 세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핵심 지지층이나 인사 정책에서 배제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필요한 것은 인위적인 세대교체가 아니라 선한 의지와 열린 태도, 실력을 갖춘 사람들의 결집이다.

젊음이 곧 진보는 아니며, 나이 듦이 곧 보수나 퇴행도 아니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출생연도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생각과 태도, 그리고 행동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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