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를 앞세운 보완수사권 존치, 설득력 없다...완전 폐지로 끝내야 [김헌식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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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6 07:00:36
김헌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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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송치로 검찰의 사건 통제권을 되살려선 안 된다
▲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김동아 의원, 진보당 손솔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과 함께 한 '검찰개혁에 따른 '에서 참석자들이 "형사소송법 개정이 피해자에게 개악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2026.7.13 (사진=연합뉴스)

 

방송가에서 수신료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었다. 당시 방송사는 수신료가 장애인 방송, 다문화 방송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 프로그램 제작에 사용된다며 수신료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공성과 공영성을 내세운 논리였다.

결국 여야 합의로 수신료 제도는 유지됐다. 그런데 그 이후 벌어진 일은 의미심장했다. 한 PD에게 장애인 프로그램을 맡으라고 하자 그는 가기 싫다고 했다. 장애인 프로그램은 주목받기 어렵고, 시청자 반응도 크지 않으며, 승진이나 경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상급자는 "예산도 부족한데 그럼 없애자"고 말했다.

장애인 단체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방송사는 장애인 프로그램은 유지했다. 대신 10년 넘게 이어온 다문화 프로그램을 조용히 폐지했다. 다문화 프로그램을 지켜줄 조직된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사회적 약자가 조직의 생존을 위한 명분으로 소비됐다는 점이다.

지금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 논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은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가 부실 수사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검찰은 사회적 약자 사건에서 국민이 체감할 만큼 더 나은 성과를 보여왔는가.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검찰 수사권이 문제였던 이유는 관심 있는 사건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그렇지 않은 사건은 사실상 방치해도 견제받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형사부는 대표적인 기피 부서로 꼽힌다. 아동학대, 장애인 학대, 노인학대 등 민생 사건은 업무 부담은 크지만 주목도는 낮고 인사상 이점도 적다.

반면 정치인, 재벌, 대기업, 금융범죄, 권력형 사건은 언론의 관심과 조직 내 영향력이 크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해 온 구조가 비판받아 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현실을 외면한 채 "보완수사권을 남겨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설령 사회적 약자 사건만 예외적으로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검사가 적극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결국 제도가 아니라 개인의 의지에 맡기는 구조가 된다.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 총회에서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7.20 (사진=연합뉴스)

 

차라리 경찰 수사의 책임성과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사회적 약자 사건에서 부실 수사가 발생하면 피해자의 이의제기 절차와 수사팀 기피 제도를 강화하고, 담당 경찰관의 인사평가에 반영하며, 중대한 과실이 드러날 경우 중대범죄수사청이나 공수처가 수사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경찰 조직은 검찰과 달리 경찰대, 간부후보생, 특채, 일반 공채 등 다양한 인적 구조를 갖고 있어 내부 견제도 상대적으로 가능하다. 원래 대부분의 일반 형사사건과 사회적 약자 사건 역시 경찰이 담당해 왔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경찰의 책임은 오히려 더 커진다. 국민의 감시도 강화되고 수사 품질을 높이려는 압력도 커질 것이다. 이는 경찰 개혁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약자를 명분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회적 약자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관들이 인정받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아동·장애인·노인 학대 사건과 민생 범죄를 맡는 수사관들이 승진과 평가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우수한 인력이 현장에 남는다.

사회적 약자는 검찰 수사권을 유지하기 위한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형사사법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다. 사회적 약자를 진정으로 보호하려면 권한을 되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강화하고 감시를 확대하며 현장 수사 역량을 높이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사회적 약자를 내세운다는 이유만으로 검찰권을 예외로 남겨둘 수는 없다. 진정한 검찰개혁은 예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 사회적 약자는 권력 유지의 명분이 아니라 국가가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국민이다. 그들을 지키는 길은 검찰 권한을 되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형사사법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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