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초과수익 시대,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사회와 공유할 것인가
낡은 색깔론 대신 필요한 것은 미래 산업과 사회계약에 대한 진지한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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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초과수익을 어떻게 사회와 공유할 것인가가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생성형 AI와 반도체 산업 경쟁이 국가 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가운데 ‘국민배당’ 논의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이미지=생성형 AI 이미지) |
한 주 내내 국민배당금에 대한 색깔론 공세가 이어졌다. 정당한 정책 토론은 없고 낡은 이데올로기 프레임 씌우기만 횡행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SNS에 올린 글 가운데 ‘(가칭) 국민배당금—새로운 사회계약’이라는 대목에서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당 고민해야 할 설계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초과이익의 일부를 현세대의 사회 안정성과 전환 비용 완화에 사용하는 것 역시 단순한 분배가 아니라 체제 유지 비용의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SNS에 “드디어 공산당 본색이 드러났다. 국민배당금이란다”라며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정부가 강제로 뺏어서 나눠주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는 본질과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더구나 초과 이익을 국민에게 직접 분배하는 것으로 모는 얼토당토않은 프레임도 있었다. 이런 황당한 몰아가기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 역시 “초과 세수에 대한 사회적 환원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자본주의 중심 국가라는 미국에서는 오히려 더 진보적인 사례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칩스법(CHIPS Act)과 AEF펀드 구상이다. 하나씩 살펴보면서 국민배당금 논의의 방향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2022년 8월 ‘반도체·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을 제정했다. 그런데 2023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법을 두고 일부에서는 “사회주의 산업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프랑스식 산업 정책”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이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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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은 ‘CHIPS Act(반도체 지원법)’를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과 공급망 재편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첨단산업 지원과 함께 산업 성장의 사회적 환원 구조를 둘러싼 논의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이미지=생성형 AI 이미지) |
칩스법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이익을 거둘 경우 미국 정부와 이를 공유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이른바 ‘업사이드 셰어링(upside sharing)’이다.
1억5000만 달러 이상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초과 수익을 거두면 정부와 수익을 공유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몰수가 아니라 정부 지원금에 대한 사회적 환원 개념에 가깝다.
또한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일정 기간 자사주 매입 제한, 과도한 배당 제한 등의 조건도 적용받는다. 공장 노동자의 복지와 보육 문제, 소수자와 참전용사 고용 문제까지 포함됐다.
원래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이지만, 동시에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전략도 담겨 있었기에 우리나라 역시 관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 390억 달러,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R&D) 지원 110억 달러 등 총 527억 달러 규모 지원책이다. 특히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기업에는 25% 세액공제 혜택도 제공했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조차 이후 칩스법을 손보면서 “국민의 몫” 개념을 더 강화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칩스법은 수천억 달러 낭비”라고 비판했지만, 오히려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정부 지분 참여까지 강화했다. 대표적으로 인텔 지분 10% 확보 논의가 있었다.
2025년 8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정부 보조금 지급 대가로 지분을 받는 것이 맞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는 “단순히 무상 지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며 “납세자에게 합리적인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샘 올트먼이 제안했던 AEF(American Equity Fund)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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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샘 올트먼이 제안했던 ‘AEF(American Equity Fund)’ 구상은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초과수익 일부를 국민과 공유하는 새로운 사회적 펀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기술혁신 이익을 시민 전체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이미지) |
챗GPT 열풍을 이끈 오픈AI CEO 샘 올트먼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시가총액 일부를 사회 펀드 형태로 적립해 모든 시민에게 배당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바 있다.
AEF는 기업과 토지 가치 상승의 일부를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구조다. 샘 올트먼은 기업 시가총액과 토지 가치 일부를 기반으로 펀드를 조성하고, 그 수익을 시민 전체에게 배당하는 방식을 구상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미국 국민 모두가 사실상 ‘국가 성장의 주주’가 되는 구조를 상상했다. 단순 현금 지급만이 아니라 교육·의료·주거·창업 지원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물론 사유재산권 침해나 과도한 세금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생성형 AI와 첨단 산업이 막대한 초과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에, 그 과실을 사회 전체가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자체는 이미 미국에서도 진행 중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에서도 토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초과 수익이 발생하는 첨단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일정 부분 사회적 공유 모델을 고민해볼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 임직원 성과보상 제도로 자사주 지급 논의까지 나오는 시대다. 그렇다면 보다 넓은 차원에서 국민이 국가 성장의 성과 일부를 공유하는 ‘코리아 에쿼티 펀드(Korea Equity Fund)’ 같은 개념 역시 장기적으로는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성장과 국민 삶이 서로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을 키우고 국민 역시 그 성장에 기여했다면, 상생의 관점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공유하는 제도는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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