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수첩에 포착된 ‘서울시장 후보 청래’...정청래 “마이크 이어 수첩으로 농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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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9 17:48:20
시사타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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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수첩에 ‘서울시장 후보 청래’ 메모 노출
정청래 “이겼으면서 진 사람 왜 자꾸 때리나”
공개 저격 이어 또 실명 거론…통합보다 경쟁자 흔들기
▲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의 수첩. 김 대표의 수첩에는 서울시장 후보로 5명의 성을 뺀 이름 또는 이니셜이 적혀 있다. 이 가운데 '청래'를 제외한 나머지는 흐릿하게 포착돼 식별이 어렵다. 수첩 오른편에는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이름 옆에 'OUT'이라고 적혀 있다. 2026.9.9 (사진=연합뉴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뒤에도 경쟁자였던 정청래 전 대표를 반복적으로 공개 소환하면서 당내 통합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에는 김 대표의 수첩에 정 전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분류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가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 대표가 의원 워크숍에서 정 전 대표의 실명을 거론하며 노선 차이를 부각한 지 불과 2주도 지나지 않아 다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정 전 대표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번 워크숍 때는 마이크 잡고 농락하더니’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번에는 수첩으로 때립니까? 불쾌합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촬영된 김 대표의 수첩에는 ‘서울시장 후보’라는 문구 아래 ‘청래’를 비롯해 ‘훈식’, ‘원식’ 등으로 추정되는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이 가운데 ‘청래’는 정 전 대표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다.

수첩에는 ‘부동산 TF’, ‘쿠팡’, ‘농지 조사’ 등의 문구와 함께 ‘이진숙·한동훈 OUT’이라는 메모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대표는 “전당대회 때 네거티브로 그렇게 때렸으면 됐지, 전당대회가 끝났고 이겼으면서도 진 사람을 왜 자꾸 때립니까”라며 “너무 잔인하지 않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서울시장의 꿈을 꾸다가 낙선한 민석, 영길 등도 좋은 후보이니 수첩에 적어 놓으시지요”라고 응수했다. 과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김민석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도 후보군에 함께 올리라는 풍자다.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페이스북 게시글

김 대표 측은 수첩에 정 전 대표의 이름을 적은 이유나 서울시장 후보군을 어떤 기준으로 검토하고 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관련 보도를 김 대표에게 보고했지만 김 대표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현재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는 단계”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현직 당대표가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을 개인적으로 정리하고, 그 명단에 직전 전당대회 경쟁자의 이름을 적은 사실이 노출된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전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정 전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군에 올린 것은 당대표 경쟁자를 중앙정치와 당권에서 밀어내 지방선거 후보로 분류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해석을 자초했다.

더구나 김 대표가 정 전 대표를 공개적으로 정치적 소재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중도층 확보 전략을 설명하며 정 전 대표를 “대표적인 ‘중도는 없다’론자”라고 지목했다. 정 전 대표와 본회의장에서 불과 1∼2분 나눈 대화를 근거로 두 사람의 노선 차이를 공개적으로 부각하고, 자신의 중도 확장론을 정당화하는 사례로 정 전 대표를 끌어들였다.

정 전 대표는 당시 “거두절미하고 앞뒤를 자른 채 본인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직전 전당대회 경쟁자의 실명을 거명한 것은 거의 폭력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중도는 없다’는 말은 여당이 여당다울 때 소위 중도가 여당을 지지한다는 의미”라며 “나의 주장은 토론의 주제이지 현 당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너의 주장은 틀렸다’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할 주제가 아니다. 이것은 마이크 독재”라고 지적했다.

당시에도 김 대표가 당내 통합을 책임져야 할 당대표의 마이크를 자신의 노선을 부각하고 전당대회 경쟁자의 주장을 깎아내리는 데 사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 전 대표의 의사와 무관하게 서울시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수첩까지 노출됐다. 김 대표가 정 전 대표를 정치적 경쟁자로 계속 의식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메시지를 위한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게 됐다.

당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당원과 경쟁 후보의 지지층까지 끌어안아야 한다. 특히 치열한 선거를 거쳐 당권을 확보했다면 승자가 먼저 갈등을 봉합하고 협력을 끌어내는 것이 정치적 책임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전당대회가 끝난 뒤에도 정 전 대표의 실명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노선 차이를 부각하고, 이번에는 서울시장 후보 명단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통합의 손을 내밀기보다 패배한 경쟁자를 반복적으로 소환해 정치적 공간을 제한하려 한다는 의심을 스스로 키운 셈이다.

정 전 대표가 “이겼으면서도 진 사람을 왜 자꾸 때리느냐”고 반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대표가 당내 통합을 말하려면 먼저 직전 경쟁자를 자신의 논리를 돋보이게 하는 도구나 임의로 배치할 수 있는 후보군으로 취급하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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