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적격’ 청문보고서 채택 이틀 만에 사퇴…이례적 낙마
식약처 청탁 의혹 등 논란 누적…추가 의혹 탄원서 보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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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10 (사진=연합뉴스)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전격 사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자의 임명 여부에 대해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깊은 고민 끝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이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20일 만이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적격’ 의견으로 채택된 지 불과 이틀 만이기도 하다.
김 후보자는 사퇴 결심의 직접적인 계기로 전날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들었다.
그는 “어제 대통령님 기자회견을 보며 결심을 굳혔다”며 “국민의 삶과 정부의 성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생을 살피고 개혁을 완수해야 할 정부에 작은 부담을 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저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이 대통령의 발언과 맞물려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최종 결론은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최선의 인선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국민 검증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후보자의 역량과 국민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까지 채택돼 임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던 상황에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임명을 유보한 것이다. 하루 뒤 김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지명 직후부터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업체와 관련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이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전달한 것은 임상시험 승인을 위한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확인해달라는 민원이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다.
가족이 관련된 사회적협동조합을 둘러싼 특혜 의혹과 과거 음주운전 전력 등도 인사청문 과정에서 쟁점이 됐다.
특히 김 후보자가 과거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등을 주장한 의원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았다는 점을 두고 야권에서는 법무부 장관 지명 배경과 공소취소 문제를 연결하는 공세를 이어왔다.
이에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적극 엄호했다. 지난 15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17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청문보고서까지 채택된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고 자진 사퇴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의 8·30 개각에서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 낙마자가 됐다.
사퇴 직전 추가 의혹이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자의 전직 보좌진이 최근 김 후보자와 관련한 추가 의혹을 담은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탄원서에는 과거 성추행 의혹과 추가 음주운전 의혹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 이 부분은 확인된 사실과 의혹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해당 탄원서의 전달 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김 후보자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새로운 문제 제기가 사퇴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따라서 추가 의혹이 이번 사퇴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김 후보자는 후보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관련해 수사기밀이 불법적으로 유출되고 일부 내용이 짜깁기됐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김 후보자는 “지금 내려놓아도 진실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관련 의혹 제기를 주도해 온 한동훈 의원을 겨냥해 “수사기밀 불법 유출, 짜깁기 사태의 전모를 끝까지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이 오히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주장도 폈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의 사퇴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가 국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이해한다며 후속 인선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정치적으로는 김 후보자의 사퇴 시점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인사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를 직접 언급하며 임명 강행 여부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로부터 하루 만에 김 후보자가 “정부에 부담을 더해서는 안 된다”며 물러난 만큼 이번 사퇴는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처음 나온 주요 인사 관련 후속 조치가 됐다.
다만 8·30 개각에서 이미 두 번째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김 후보자의 사퇴로 시선은 또 다른 논란의 인사인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에게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서 김 후보자의 검찰 재직 당시 행적과 검찰개혁에 대한 인식을 문제 삼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인사 시스템 재점검과 ‘불가역적 검찰개혁’을 동시에 강조한 상황에서 김승원 후보자의 사퇴에 이어 김지용 후보자 인선을 어떤 방향으로 정리할지도 향후 인사와 검찰개혁의 주요 쟁점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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